패션은 어느샌가 시각적 미학만 좇는 산업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보면 그 과정에서 패션이 단순한 옷을 넘어 문화를 담는 언어라는 사실은 쉽게 잊혀진다. 

최근 아디다스의 ‘오악사카 슬립온’ 논란은 단순한 디자인 표절을 넘어 우리가 얼마나 무심하게 타 문화의 토대를 해체하고 재조립할 수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우아라체 샌들에 담긴 원주민 공동체의 삶과 역사를 ‘영감’이라는 이름 아래 디자인 요소로만 사용한 사례를 보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한 문화의 무게가 그저 상업적 수단으로 전락해버리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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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CO

흐려지는 경계, 침묵의 역사를 되새기다

오늘날 패션계는 국경과 문화, 산업 등 여러 경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영감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영감’과 ‘무단 차용’의 경계는 점점 흐릿해진다. 

이자벨 마랑의 믹세 블라우스, 나이키의 파나마 몰라 문양, 그리고 이번 아디다스의 오악사카 슬립온 사례까지. 

계속해서 반복되는 글로벌 브랜드의 문화 차용은 지역 공동체의 역사와 권리를 브랜드 로고 뒤로 너무나 쉽게 숨겨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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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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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akya School Of Craft 

상생과 협력, 관계의 언어를 다시 적다

그러나 언제나 예외는 존재한다. 

나이키 N7 프로젝트처럼 미국 원주민 문화를 담아내고 그 수익을 원주민 공동체에 환원하는 협력 모델들은 ‘영감’과 ‘차용’의 틀을 벗어나 ‘상생’과 ‘협력’이라는 새 지평을 연다. 

디올(Dior)의 지난 2023 가을 컬렉션 쇼에서 차나키야 공예학교와 협력한 사례를 보아도, 그들의 역사와 삶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진정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전통을 ‘빌린다’는 것은 동의와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다. 그 관계가 무너질 때 영감은 표절로 전락하여 약탈의 역사를 반복한다.

글로벌 브랜드가 문화적 책임을 외면할수록 패션계는 미래로 나아갈 힘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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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CO

에필로그: 존중 없는 아름다움이 맞이할 끝

전통이란 해당 문화 공동체의 무형 자산이자 정체성을 담은 삶의 기록이다. 

패션이 그 전통에 영감을 받으려면 제일 먼저 ‘존중’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름답다는 감탄은 쉽게 나올 수 있지만, 존중에는 보다 깊은 고찰과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는 오늘날 우리가 입고 소비하는 것 너머의 관계를 돌아봐야 할 책임이 있다. 

내가 소비하는 것이 한 원주민 공동체의 역사를 훼손하고 있다면 과연 그 곳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을까. 

패션이 걸어나가는 걸음 걸음에 존중의 철학을 담아야 한다.



Editor 진시로
2025.08.30.